카르카손 보드게임 축제,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테이블 리그
보드게임 대회와 보드게임 동호회가 만나는 자리.
참가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 PlayMore Table League.
나는 왜 ‘놀이’를 만들려고 하는가
40대 후반이 된 어느 날, 나는 안식년을 갖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는 안식달이었다. 그것도 무려 3개월.
물론 와이프는 무지 싫어했다. 본인 표현으로는 내가 3개월 동안 “놀고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그 3개월은 꽤 진지한 시간이었다.
나는 개발자다. 그리고 개발자인 나에게 인공지능의 등장은 꽤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AI가 너무 쩔었다.
코드를 짜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사람이 몇 시간 동안 고민해야 할 일을 순식간에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고민 끝에 나는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개발자로서의 삶은 이제 조금씩 내려놓자. 그리고 그다음 시대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AI와 로봇, 자동화 시스템이 발전하면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부터 모두가 한가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긴 시간으로 바라보면 사람에게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여유시간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다면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내가 내린 답은 단순했다. 놀이. 사람은 놀아야 한다. 웃고, 경쟁하고, 만나고, 떠들고, 누군가를 이겨보기도 하고 처참하게 져보기도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카르카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잘 노는 것’이 의외로 어렵다. 그래서 거창한 것부터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찾아봤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좋아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것들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권했을 때도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생각해봤다. 딱 하나가 떠올랐다.
카르카손.
회사에서도, 친구들과도, 각종 모임에서도, 심지어 군대에서도 했다. 재미있는 건 늘 비슷했다. 처음 권하면 반응이 별로다. “보드게임?” “그걸 왜 해?” “어려운 거 아니야?”
그런데 막상 한 번 배우고 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타일 하나 놓는데 고민하고, 성을 뺏겼다고 화내고, 농부 하나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면 꼭 이런 말이 나온다.
“한 판 더 하자.”
그걸 정말 여러 번 경험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래. 이걸 가지고 ‘놀이’를 한번 만들어보자.
축제의 주인공은 연예인이 아니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어릴 때 보던 스타크래프트 대회였다. 게임이라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직접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잘하는 사람들의 승부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선수가 있고, 라이벌이 있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역전이 있다. 그 순간 게임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선다. 하나의 축제가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축제’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지역 축제에 가도 결국 가장 중요한 사람은 무대 위의 유명 연예인이고, 나는 무대 아래에서 박수를 치고 바라보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분명 축제에 참가했는데, 정작 나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다. “참가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는 만들 수 없을까?”
보드게임을 리그로
그래서 보드게임을 리그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전국의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예선을 치르고, 서로 처음 만난 사람들이 게임 한 판으로 라이벌이 되고, 그중 최고의 선수들이 오프라인 결승전에서 만난다.
결승전이 열리는 날에는 선수들만 모이는 것이 아니다. 가족도 오고, 친구도 오고,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오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온다.
누군가는 경기를 하고, 누군가는 응원하고, 누군가는 처음 보드게임을 배운다.
단순히 보드게임 대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만나고, 경쟁하고, 응원하고, 웃고, “다음 대회는 나도 한번 나가볼까?”라는 작은 설렘을 만들어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축제는 바로 그런 모습이다. 그리고 나는 그 첫 번째 실험을 지금 시작하고 있다.
PTL, PlayMore Table League.
아직 작고, 부족한 것도 많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다.
AI 시대에 사람들이 조금 더 재미있게 살아갈 방법.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함께 웃고, 승부하고, 기억에 남는 하루를 만드는 방법. 나는 그 답 중 하나가 ‘놀이’라고 믿는다.